--- 노비스노아력 388년 5월 15일 P.M 10:00 ---
--- 오크족의 수도 오그리마 ---

"비보입니다!"
숨이 턱에까지 닿은 전령(의 역할을 맡은 패잔병)이 간신히 문을 통과하면서 내뱉은 첫마디이다.
"둠해머 시티가 함락되고 우리의 엘리야님께서 잔인하게 살해 당해시고, 그 시체는 불태워지고 시궁창에 버려졌다고 합니다."
이 말 한마디에 오크족들은 혼란과 공포에 휩싸였다. 마구 밀고 들어오는 것도 겁났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빨리 둠해머 시티가 점령될줄은 몰랐던 것이다. 오크족의 전사라면 처음에는 질수 있더라도 꼭 상대에게 복수를 하고 마는데.. 둠해머 시티를 지나면 오그리마까지 오는 것은 단지 행군 속도의 문제인 것이다.

"인간들이 이번에는 우리를 멸종시키려고 작정했나 봅니다. 어떻게든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부족장 회의의 의장인 워매허가 탁자를 치고 일어서며 오크족의 앞날을 의논하려 하지만 모두들 꿀먹은 벙어리이다.
"이렇게 인간들에게 밀리는 겁니까? 우리 오크족의 긍지는 대체 어디로 간겁니까!"
"의장님. 물론 우리는 아직 긍지를 가지고 있고, 인간 따위에겐 죽지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현재 우리가 살아온 터전은 이미 그들에게 많이 뺏겨버렸고, 지금 인간의 기세는 도저히 멈출 수 없을 지경입니다. 그러니 일단 우리가 조공을 바치는 조건으로 강화를 신청하심이.."
"지금 무슨 소리 하시는겁니까!"
워해머는 화가 있는대로 나서 외쳐댔다.
"지금 그들은 우리를 멸망시키려고 작정하고 덤비는 것입니다! 그런 상대에게 강화요청요? 지금 상황 파악이 전혀 안되시는 겁니까? 그들은 우리를 모두 죽이거나 아니면 노예로 부릴려고 할 것입니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온 우리 선조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으신겁니까!!!"
워해머가 일갈하자 참석한 부족장들은 아무 소리도 못한다.
"거기다 그 강인하던 오크족의 전사들이 인간따위에게 이렇게 밀리고 있는 사실도 도저히 믿기지 않습니다. 오크족의 강인한 정신은 썩어 문드러진겁니까! 그 강인하던 선조들의 정신과 육체는 어디가고 지금 이런 썩은 소리나 듣고 있어야 합니까! 게다가 지금 우리의 정신적 지주이신 엘리야님이 그렇게 모욕을 당하셨는데 강화 이야기를 하는 당신은 대체 오크족입니까 아니면 적의 첩자인겁니까!"
"죄송합니다. 어떻게든 사태 해결을.."
"그럼 똑바른 해결책을 내놓으십시오! 그런 인간 같은 소리 하지 마시고! 인간들과 자주 어울리시다 보니 그들의 썩어문드러진 사상에 물들으신 겁니까! 오크답게 행동하십시오!"
그래도 아무도 말이 없다.
'이 썩어 문드러진 작자들... 몸이 편하니 마음도 썩었구나'
워해머는 뒤로 돌아서버렸다. 이 작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오크족의 멸망이 정말 눈 앞에 있는 것 같았으니까. 윗대가리라는 것들이 저러고 있으면, 아랫사람들이 아무리 강인해도 다 개죽음 밖에 안 될텐데 말이다.

"저기.. 실례가 안된다면.. 제가 이야기를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돌아서 있는 워해머의 귀에 왠 젊은 목소리가 하나 들린다.
'누구지?'
돌아서 보니 부족장 회의에 막 참석하게 된 워송부족의 쓰랄이다.
'지난 부족장이었던 듀로탄이 불의의 사고로 죽은 후 새로 부족을 맡게 된 쓰랄인가.'
워해머는 생각했다.
"무슨 말은 하고 싶은건가?"
"지금 현재 인간은 우리를 멸망시키기 위해서 전쟁을 걸었고, 그 기세는 무시할 수 없습니다. 거기다 우리는 처음 기세에서 밀려 버린 탓에 지금은 싸움을 걸어도 절대 이길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작전을 썼으면 합니다."
"무슨 작전을 쓰고 싶은건가?"
"제가 지금부터 제안하는 작전은 우리 오크의 운명을 걸고 말씀 드리는 것입니다. 그만큼 독하게 실행해야 할 것도 있고, 잔인하다 느껴지는 부분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해야 할 상황이라는 판단이 들어 이야기를 드리려고 합니다. 이야기 해도 되겠습니까?"
"..... 일단 이야기를 해보게. 실행 여부는 그 이후에 결정해도 늦지 않으니."
"그럼.. 말씀 드리겠습니다. 일단 적의 기세는 우리를 다 죽이겠다고 작정을 하고 덤비는 것인만큼 매우 날카롭습니다. 거기다 계속되는 승리로 인해 기세가 더 올라있는 상태이지요. 반면 우리의 병사들은 계속 되는 패배로 의기소침해져 있습니다. 일단 이 기세를 바꾸는 게 중요할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우리의 땅에는 황무지들이 많이 있습니다. 용기있는 자들만이 살아갈 수 있는 이런 황무지는 약해빠진 인간들에게는 불모지이고 살아가기 힘든 땅입니다. 즉, 우리는 지금 영토의 많은 부분을 뺏겼지만 그건 인간들의 영토와 접해있는 일부 큰 도시들과 마을일뿐이고 우리에겐 아직 항무지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런 황무지 뒤에 있는 우리의 성지 알레그라가 있지 않습니까. 어차피 그들은 우리를 다 점령하기 위해 쳐들어 온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알레그라에 주둔하고 방어전을 전개한다면 알레그라를 공략하기 위해 반드시 올것입니다. 그러면 그 넓은 황무지를 거쳐오는 동안 일단 많이 지쳐버릴 것입니다. 그리고 알레그라로 들어오기 전에는 산이 많은 지형입니다. 그들이 오는 길을 잘 골라서 협곡에서 기습 공격을 전개한다면 일단 적의 예봉을 충분히 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알레그라는 공략하기 쉽지 않은 곳인데다 우리의 성지이기 때문에 곳곳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우리 동족들에게 큰 위기감도 불러 일으킬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이때까지는 쉽게 밀리긴 했지만 그렇게 쉽게 밀린 탓에 살아남은 병사들도 많은 껍니다. 그런 병사들도 우리의 성지가 함락직전이라고 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황무지 바깥에서 살아가고 있는 부족들도 우리의 성지가 위협받고 있다고 하면 충분히 우리를 도우러 올 것입니다. 그러면 알레그라를 공략하기 위해 포위전을 펼치고 있는 인간들을 압뒤에서 협공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적의 수송을 끊기 위해 일부 부족은 알레그라로 들이지 않고 밖에서 대기하게 한 다음 군량이 오는 수송로를 이따금씩 공격하게 하 우리는 알레그라로 후퇴시, 우리의 모든 경작지와 목축지를 파괴해서 알레그라로 오는 길까지 아무런 양식도 얻을 수 없게 만들어서 군량 수송과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게 만들면 분명히 몰아낼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전쟁에 이기더라도 우리가 식량을 구하지 못해서 힘들텐데?"
"일단은 전쟁에 이겨서 인간을 몰아내는게 최우선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을 몰아내야 그 이후 생존을 궁리할 수 있는 것이지 인간들의 칼이 우리를 겨누고 있는 상황에선 경작지는 그저 그들에게 식량을 줄 수 있는 좋은 공급원일 따름입니다. 물론 많은 부족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쉽지 않은 결정인 줄로 압니다만, 그렇게라도 해야 인간을 몰아낼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워해머가 다른 부족장들을 둘러보았다.
"... 그래도 초토화는 너무 심한듯 합니다만.."
아까 강화를 주장하던 부족장이 말했다.
"그럼 다른 대책이라도 있으십니까?"
"......"
"다른 대책이 있거나 하신 분들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다들 아무 말이 없다.

"지금 쓰랄 부족장이 이야기한 게 유일한 대책이 되어도 상관없으시단 말입니까?"
"그런거 같습니다."
누군가 조용히 이야기를 했다.
"반대는 없으십니까?"
조용하다.

"그럼 쓰랄의 의견을 채택하기로 하겠습니다. 우리 오크족의 생존능력을 볼때 인간들보다 식량이 없더라도 월등히 오래 싸울 수 있고 잘 싸울 수 있습니다. 일단 지금 경작지에서 수확할 수 있는 건 모조리 수확한 다음 확실하게 초토화 시키고 가도 인간들보다는 오래 버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쓰랄이 이 의견을 내고 이 의견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만큼 쓰랄에게 전군을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을 줘서 이 작전을 수행하게 하면 될 듯합니다. 물론 젊은 부족장이라 불안할 수도 있으니 경험많은 부족장과 함께 의논을 해나가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 그래도 아직 경험이 적어서.. 불안합니다만.."
아까 강화를 주장하던 부족장이 말했다.
"그럼 블레이드님께서 맡아주시겠습니까? 아니면 다른 대안이라도 있는지요?"
"저는 워해머님을 추천합니다만.."
"저는 이제 늙어서 기력도 없고 머리도 흐립니다. 저보다는 총명하고 활기찬 쓰랄이 나을 겁니다."
"...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러면 결정되었습니다. 작전 수행권과 총지휘권은 이제부터 쓰랄에게 넘어갑니다. 이건 우리 종족의 존망이 걸린 문제이고 또한 우리 종족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무언가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있으시면 지금 당장 말씀해주시고 아니면 영원히 침묵해주시기 바랍니다. 마음에 안 드시는게 있으신 분?"
아무도 말이 없다.

"그럼 일단 작전을 시작하기 전에 모든 부족들에게 엘리야 님이 비참하게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꼭 돌리십시오. 엘리야 님의 그런 죽음이라면 분명 오크 병사들에게 크나큰 복수심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 힘이 우리에게는 꼭 필요합니다. "
"예 알겠습니다."
모든 부족장들이 대답했다.

"그러면 앞으로 쓰랄에게 잘 협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상. 조상이여 돌보소서!"
"조상이여 돌보소서!!"


쓰랄은 마음속으로 외쳤다.
'우리 부족 최고의 지혜자셨던 엘리야님의 복수를 반드시 하고야 말리라...'

쓰랄은 어려서 엘리야게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참 지혜로운 아이구나. 오크족이 너로 인해 크게 될 수 있으니 힘내어 무예를 쌓고 지혜를 쌓아야 한다.'

'지금이 그떄구나..두고보자 인간족들..'
2007/09/18 02:25 2007/09/18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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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군™ 
wrote at 2007/09/18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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